우연히 오래 전 영화인 디즈니의 타잔을 보게 되었습니다. 1999년도 개봉작이니 벌써 24년 전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무지하게 오래된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기준으로도 여전히 아름다운 영상미와 듣기 좋은 OST 덕분에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간략한 줄거리와 감상평을 남깁니다.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주의!
1. 줄거리
어느 바다, 불이 붙은 채 난파된 배에서 두 명의 남녀가 바다 위 보트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인의 품 속에는 작은 아기가 한 명 안겨 있습니다. 다행히 이 가족은 폭풍우가 몰아치던 바다를 건너 어느 육지인가에 도착하는데 성공합니다. 날이 활짝 개고 가족은 희망찬 분위기로 망가진 배와 보트의 잔해를 이용해 그들이 머물 나무 위 오두막을 짓고 아기와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같은 시간, 어느 고릴라 부부에게도 사랑스러운 아기 고릴라가 태어났습니다. 고릴라 부부는 아기 고릴라가 귀여워 어쩔 줄모릅니다. 그런데 잠시 부부가 한 눈을 판 사이 아기 고릴라는 그만 맹수(보통 사자나 호랑이가 나오는데, 여기서는 표범? 이 등장합니다.) 에게 공격당해 죽고 맙니다.
어느 날 슬픔에 빠진 채 지내던 엄마 고릴라는 우연히 이상한 소리를 듣고 정글을 헤매다 조금 전 등장했던 그 '나무 위 오두막'을 발견합니다. 첫 장면에서 희망찬 분위기로 가득찼던 오두막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 곳은 이제 어딘지 으스스하고 망가진 공간으로 보입니다. 엄마 고릴라는 그 곳에서 죽은 부부와 홀로 남은 아기를 발견하고, 작은 아기에게 애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 때 이 오두막을 엉망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맹수(아마도 고릴라 부부의 아기를 죽인 표범과 같은 동물로 추정됩니다.)가 등장하고, 엄마 고릴라는 홀로 남은 아기를 맹수에게서 구하게 됩니다. 엄마 고릴라-'칼라'-는 아기를 고릴라 무리로 데려오고 자신이 이 아기를 키우겠다고 선언합니다. 처음에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이자 칼라의 남편인 커첵은 낯선 동물을 무리로 들이는 것은 위험하다며 거부하지만 결국 칼라의 완고한 의지에 아기를 키우는 것을 허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기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이는 것은 거부하겠다며 냉정한 태도를 보입니다. 칼라는 아기에게 '타잔'이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시간은 흘러 타잔은 씩씩한 어린이로 자라납니다. 하지만 고릴라 무리에서 가장 절친한 친구인 터크를 제외한 다른 어린이 고릴라들은 타잔과 같이 어울리기를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어린 타잔은 터크가 거짓으로 한 '코끼리 털을 뽑아오면 다른 고릴라들이 같이 놀아주겠다고 한다'는 말을 믿고 다짜고짜 코끼리 떼에게 접근해 털을 뽑아오려다 큰 소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결국 타잔은 코끼리 털을 뽑는 데 성공하고 다른 어린 고릴라들의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코끼리 친구 탠더까지 사귀게 됩니다. 하지만 고릴라 무리의 우두머리인 커첵은 무리에 코끼리 떼가 들이닥치는 소동을 일으킨 타잔을 크게 혼내게 됩니다. 타잔은 커첵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에 상처를 받고 자신만 다른 고릴라와 다르게 생겼다는 것에 슬픔을 느낍니다. 칼라는 몸에 진흙을 바르며 고릴라처럼 변하고 싶어하는 타잔을 보며 두 눈, 코, 다섯개의 손가락, 똑같이 심장이 뛰고 있는 가슴은 타잔과 고릴라가 하나도 다르지 않다며 위로해 줍니다.
시간이 더 지나고 어느덧 타잔은 잘생긴 청년이 됩니다. 고릴라들 못지 않게 정글 안을 재빠르게 누비며 동물들을 상대하는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총성)가 들려옵니다. 무리는 위험을 피하려 떠나는데 타잔은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갑니다. 소리의 정체는 고릴라 무리를 연구하러 배를 타고 온 제인과 포터 교수, 그들을 경호하러 온 클레이튼이었습니다. 클레이튼은 난폭하게 동물들을 사냥하려 하지만 제인과 포터 교수는 동물들을 사랑하며 애정을 갖고 고릴라 무리를 찾고 싶어 합니다. 제인은 아기 원숭이를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는데, 아기 원숭이는 그림을 몹시 마음에 들어하며 제인에게서 그림을 훔쳐 갑니다. 아기 원숭이를 뒤쫓은 제인이 그림을 빼앗으려는데, 어느새 그녀의 아기 원숭이의 무리(개코원숭이 무리)가 포진해 있었고 제인은 원숭이 무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 때 타잔이 제인을 구해주고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타잔은 제인을 보고 고릴라 보다도 더 자신과 똑같은 두 눈, 코, 다섯 개의 손가락과 심장이 뛰는 가슴을 발견하게 됩니다. 난생 처음 '자신과 같은 동물'과 만나게 된 타잔은 서로 언어는 알아 듣지 못하지만 제인과 겨우 이름을 주고 받게 됩니다. 이후 커첵은 낯선 동물에게서 고릴라 무리를 지켜고자 제인들을 만나는 것을 금지하지만, 타잔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제인을 만나러 갑니다. 제인과 포터 교수, 클레이튼은 타잔이 고릴라 무리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타잔에게 사람의 말과 문명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타잔은 점점 인간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점차 제인을 사랑하게 됩니다.
어느새 타잔은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언어를 배우게 되었지만, 끝내 고릴라의 위치를 가르쳐주는 것은 거절합니다. 결국 고릴라 연구에 아무 성과도 없이 제인 일행이 배를 타고 떠날 시기가 되고, 타잔은 예상치 못하게 제인이 떠나게 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타잔이 제인을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챈 클레이튼은 고릴라 무리의 위치를 알려주면 제인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고릴라 무리의 위치를 알아냅니다. 타잔이 무리의 위치를 알려준 것을 알게 된 커첵은 크게 화를 내고 타잔은 무리를 떠나 인간 사회로 떠나게 될 결심을 합니다.
배를 타고 떠나는 날, 클레이튼은 타잔과 제인, 포터 교수, 선장 등을 우리 속에 가두고 고릴라들을 붙잡아 영국으로 돌아갈 야욕을 드러냅니다. 타잔은 자신 때문에 클레이튼에게 고릴라 무리의 위치가 노출되어 무리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죄책감에 빠집니다. 다행히 타잔의 위험을 눈치챈 터크와 탠더가 타잔과 제인 일행을 구하고, 타잔과 제인 일행은 무리로 돌아가 클레이튼과 선원 일당을 물리치는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커첵이 총에 맞아 죽게 되고, 커첵은 죽기 전 타잔을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며 앞으로 무리를 잘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깁니다. 마침내 타잔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무리의 수호자로 고릴라들의 곁에 남는 것을 선택합니다.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제인과 포터 교수는 타잔과 작별 뒤 보트를 타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는 배에 오르려 합니다. 하지만 포터 교수는 제인의 표정이 무척 어두운 것을 눈치채고 타잔의 곁에 남을 것을 권합니다. 제인이 결심을 굳히고 타잔의 곁으로 돌아가자, 잠시 뒤 포터 교수는 자신도 고릴라 무리와 함께 살고 싶다며 배로 돌아가는 보트에서 뛰어내려 정글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타잔과 고릴라 무리, 제인, 포터 교수가 정글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행복하게 마무리 됩니다.
2. 기타 정보
- 1914년 출간된 미국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저)
- 일명 '디즈니 르네상스'로 불리는 시기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디즈니 르네상스는 1989년 인어공주부터 1999년 타잔까지를 말하며, 이 시기의 작품으로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 킹, 포카혼타스, 타잔 등이 있습니다. (출처: 나무위키)
- 디즈니에서 커첵과 칼라 부부의 아기를 죽이고 타잔의 부모를 살해한 맹수를 사자가 아닌 다른 동물로 설정한 것은 라이온킹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 감상평
보려고 본 작품이 아니라 정말 우연히 보게 된 작품이라 보는 내내 무척 낯설면서도 묘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는 타잔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하거나 들었던 것 같은데, 한동안은 정글북은 기억해도 타잔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타잔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아아아~" 하는 소리를 지르며 덩굴을 타고 정글 사이를 가로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땐 '아니, 내가 어떻게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지?!' 하는 놀라움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니 그 모습이 마블의 스파이더맨이 고층 빌딩 사이를 거미줄을 타고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모습과도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1999년 작품으로 개봉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영상과 캐릭터들이 무척 아름답고 OST가 훌륭합니다. 세월을 넘어서는 명작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요? 보는 내내 즐거운 신기하고 즐거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이 탓인지 개인적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3D 애니메이션 스타일보다는 이런 2D 애니메이션이 훨씬 더 취향으로, 보고 있으면 따뜻하고 그리운 느낌을 준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보는 내내 두 가지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OST를 부르는 목소리가 영 익숙하다 싶더니 노래를 부르는 가수 분이 가수 윤도현씨 였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노래도 좋고 목소리도 시원시원하니 듣기 좋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 갑자기 가요가 나오는 것 같은 기분에 순간 OST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알고보니 윤도현씨의 데뷔곡이 '타잔'이었다고 하는데 그 인연으로 OST를 부르시게 된 것이 아닐지 추측해 보았습니다. 물론 적응되면 그냥 좋기만 합니다.
두 번째로 당혹스러웠던 부분은 결국 타잔이 인간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하고 정글에 남기로 결정한 결말의 내용이었습니다. 심지어 제인과 포터 교수가 같이 정글에서 살기로 하는데 이게 무슨 충격과 공포의 엔딩인지... 정글북은 모글리가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기억하고 있었어서 타잔도 당연히 인간 사회로 복귀하게 되는 결말인 줄 알았는데 상상도 못한 결말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니, 하다못해 타잔은 그렇다 치고 문명 사회에서 살아온 뛰어난 학자 두 명이 정글에서 사는 쪽을 선택한다고!? 이게 무슨 결말인가요... 엔딩에서 세 사람은 분명 행복해 보이지만 인간 세상에 찌든 제 기준에서는 다른 어떤 내용보다도 더 판타지적 결말로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작품 속 타잔은 제인을 만나고 금세 사람의 언어를 배우게 되지만, 실제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인간이 언어를 학습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어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하필이면 전공도 직업도 이 쪽이라 오히려 고릴라가 타잔을 키우는 장면보다 타잔이 언어를 깨우치게 되는 순간에 더 몰입이 깨지게 되고 말았네요.
디즈니에서 드물게도 공주와 왕자의 사랑, 마법 이야기가 아닌 작품이지만 비교적 현실적으로 보이는 타잔도 사실은 엄연한 판타지 영화...! 어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보았던 작품인데, 지금은 '제인이 앞으로 얼마나 불편할까', '제인과 포터교수가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면 어떻게 할까', '타잔 데리고 영국 갔어도 둘이 잘 되긴 어려운 거 아닐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걸 보면 나이를 많이 먹긴 먹은 모양입니다.
오래 전 추억 속 타잔을 떠올리며 정글 속 활극을 감상하시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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