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리뷰] 꼭 맞는 책(2025, 정지혜), 책처방사에게 배우는 독서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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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을 앞두고 작은 소란이 일었습니다. 매년 행사장이 점점 더 북적이더니 올해는 2차 얼리버드 예매에서 준비된 티켓이 모두 소진되고 만 것입니다. 물론 저 역시 티켓을 구하지 못했습니다ㅎㅎ; 15만 명 사전 예약이라는 역대급 흥행 속에서 현장 판매 티켓을 놓친 독서인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잠시 인터넷을 달구었습니다. 최근에는 스레드를 시작했는데, 알고리즘을 통해 독서인들이 피드에 많이 보이는 상황이라 더 소란스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서 인구가 나날이 줄어든다는 아우성 속에서 몇 안 되는 독서인들의 책을 향한 열정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걸까요?

 

 저 또한 열정적인 독서인을 꿈꾸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꿈만 꾸는 중이라고나 할까요, 도서관에서든 서점에서든 베스트 셀러 및 세계 문학 코너를 떠나면 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지는 처지입니다. 제게 책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힘든 일입이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모르는 데다 늘 시간 낭비를 걱정하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책 고르고 읽는 프로의 방법을 알려준다는 ‘꼭 맞는 책’은 제게 무엇보다 필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저자인 정지혜님은 파주에서 「사적인서점」이라는 특별한 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요청을 듣고 그를 위한 책을 골라주는 책 처방 서비스를 운영하는 서점입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면 책 처방이란 일방적인 북 큐레이션과는 다른 서비스입니다. 약을 처방하듯 한 명의 고객과 상담을 나누고 책을 처방하며, 처방한 책에 대한 복약(독서)지도를 제공합니다. 저자가 예쁜 편지지에 글을 써서 처방을 해준다고 하니 저도 한 번 책 처방을 받아보고 싶은 기분입니다.

 

 책처방사를 자처하는 저자는 본 도서에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고르고 읽는 법, 그리고 읽은 책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처방전을 알려주듯 조곤조곤한 구어체로 쓰여 부담 없이 읽기 좋은 책입니다.

 

 책처방사의 조언은 무척이나 실용적입니다. 저자는 책 고르기에 실패해도 괜찮은 이유를 설명하며 낯선 책을 집어 드는 계기 만들기, 편독의 의의, 고른 책을 끝까지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초보자라도 충실히 따라 하면 본인의 독서 취향을 탐색하고 또 정립해 볼 수 있는 실제적인 요령들입니다. 책 처방을 위한 저자의 독서법과 사후 정리 방안도 함께 소개해줍니다. 책 처방을 위한 정리 때문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독서법이 없거나 보다 체계적, 적극적인 독서 방법을 고민하고 있던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유용할 팁입니다. 저같은 독서 하수에게는 정말 고수의 경지네요 ㅎㅎㅎ

 

 다만 나만의 책을 처방받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는 아쉽게도, 저자는 이 책에서 책 처방을 위한 도서 풀(Pool)을 따로 안내해 주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영업 비밀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섭섭할 이들을 위해 30가지 상황에 맞는 ‘책 처방전 30’ 부록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책 처방 도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프로 책처방사의 친절한 목소리를 따라 내공이 담긴 독서법을 배워 익힌다면, 독자 또한 능히 ‘꼭 맞는 책’을 찾아낼 줄 아는 아마추어 책처방사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 또한 언제 한 번 파주에 들러 책처방사의 멋진 맞춤형 책 처방을 받아보고 싶은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책처방사로 살게 된 저자의 삶, 또는 「사적인서점」에 대해 보다 궁금한 독자들이라면 같은 저자의 저서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를 함께 읽어봐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