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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스릴 너머(2024, 도준우), 무엇을 보게 될까?

by 리리뷰어 2024. 9. 8.

'그것이 알고싶다', 스릴 너머엔 뭐가 있을까?

 

'티저북이 뭐야?'

 

 게을러서 가끔밖에 포스팅을 하지 않지만 저는 올해도 여전히 문학동네와 민음사의 북클럽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번 신년 재가입이며 송년 키트 포스팅을 하겠다고 사진은 잔뜩 찍어 놓지만 손가락이 이렇게나 무거우니 한심한 노릇입니다. 북클럽 활동 또한 책 읽기 외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어쩐 일로 북클럽 문자 한 통이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흠, 티저북이 뭔데?

 

 '티저'라고 하니, 아이돌 신곡 발매 MV 티저를 열심히 찾아 보던 때가 떠오릅니다. 문득 흥미가 느껴져 티저북을 신청해 봤습니다. 모바일로 뚝딱 할 수 있으니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신청했습니다. 

 

 어떤 책을 고를까? 최근에는 서정적인 소설과 에세이에 약간 물려 있던 터라, 두번째 선택지를 보니 이유없는 거부감이 느껴집니다(독서 취향도 시기를 타나 봅니다). 그래서 첫번째 선택지인 [선택 1. 도준우 '스릴 너머']를 선택했습니다. 저자인 도준우님이 뭐하시는 분인지도 모르고, 책의 장르가 현대 소설인지 SF 판타지인지 추리문학인지도 모르는 채 대충 골라봤습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책을 고르지는 않으니 어떤 책을 받게 될지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요즘의 물류 시스템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1-2일 만에 책이 도착했습니다.

 


​1. 도서 및 저자 정보

 도준우 님은 어떤 글을 쓰시는 분일까요?

 

 

 티저북을 받아보니 표지에 '범죄 전문 피디의 묻기, 뚫기, 그리고 뒤집어엎기' 라고 쓰여 있습니다. 티저북 표지는 실제 출간된 본 도서의 표지와 같은 디자인입니다. 흠, 작가분이 범죄 전문 피디인 걸까요, 아니면 주인공이 범죄 전문 피디인걸까요?

 

 검색해보니 책의 저자 도준우 님은 네이버 인물 정보에 무려 [PD, 래퍼]로 등록되어 있는 분이었습니다. PD이면서 래퍼라고 하니 쇼미더머니나 예능 방송을 연출하는 분이 아닐까 싶었지만, '스릴 너머'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방송 타이틀은 무려 '그것이 알고 싶다'였습니다. '스릴 너머'가 추리물이 아닐까 했는데 그알 PD님의 생생한 경험이 담겨 있는 에세이였다니 반전입니다. 에세이지만 그알 프로그램 취재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스릴 있는(?) 에세이입니다. 그러고보니 인물 검색에 나오는 PD님의 사진은 진중해 보이는데 글과 유튜브에서는 끼가 가득한 것처럼 보이니 사람은 대충 보아서는 알 수 없는 법입니다.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도준우 PD님은 SBS에 입사하여 '짝, 궁금한 이야기 Y, 그것이 알고싶다, SBS 스페셜' 같은 인지도 있고 굵직한 프로그램을 연출하였습니다. 그 밖에 백 투 마이 페이스, 방과 후 힙합, 지선씨네마인드와 같은 프로그램도 연출하셨는데, 예능과 교양, 시사를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가 신기해 보입니다. 올해의 PD 상을 두 번이나(2016, 2017) 수상하였으며 한국방송대상 뉴미디어프로그램 제작부문을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 이 PD님은 '돈춘호와 가당찮'이라는 이라는 힙합 그룹의 멤버라고 합니다. 놀랍게도 진짜 노래가 19곡이나 등록되어 있습니다. 딱 봐도 재미있고 다재다능한 분인 것 같은데 이 분이 책으로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요.

 

 

2. 주요 내용

 티저북이다 보니 주요 내용을 다 적기가 어렵습니다. 읽다가 이상해서 살펴보니, 티저북이 책의 앞 부분만 뚝 잘라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전체 목차에서 중간 중간을 발췌해서 엮어 놓은 것입니다. 내용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부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뒤늦게 밝히는 본거지 

 2) 어쩌다 교양 피디 

 3) 그렇게 피디가 된다 

 4) 방송국에서 유튜브 하는 사람

 

막연하게나마 처음으로 품었던 꿈은 코미디언이었다.
(…)

내겐 코미디언 외에도 꿈이 많았다.
(…)

대학에 가서도 내 목표는 오직 언론정보학과로의 전과였다. 그러기 위해선 높은 학점을 따야 했고 그러기 위해선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지만 대학교 신입생으로서 처음 받아든 내 성적은 학고……, 학사 경고였다(무려 두 학기 연속).
(…)

이제 내게 힙합은 삶 그 자체가 되었다. '남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힙합 정신의 피가 40대가 된 내게 여전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사람 뭐가 되려고 이러지?

 

 1부인 '뒤늦게 밝히는 본거지' 에서는 글의 저자인 도준우 PD님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글의 화자이며 저자, 주인공인 도준우 PD님은 보통 그알 PD를 생각했을 때 떠올릴만한 이미지의 사람은 아닙니다. 끼가 넘치고, 코미디언이 되거나 TV에 나오고 싶어하며, 학업보다는 힙합에 빠져 있는 학생이었습니다(하지만 이 분은 서울대 출신입니다...! 기만자!!!).

 

 정해진 꿈 하나를 보고 맹목적으로 달린 것은 아니지만 그 순간 순간에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며 '나'라는 사람을 확실히 찾아온 자아가 튼튼한 분으로 보입니다. 부러운 마음이 드네요. 결국 도 PD님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았습니다. 바로 방송국 PD가 된 것입니다.

 

 

처음엔 예능 피디, 그것도 MBC 예능 피디에 지원할 생각이었다.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내일도 모레도 오늘과 비슷한 하루가 이어질 테고, 그 하루들이 모여 1년이 되고, 10년이 되겠지. 몸 좀 편해질 그날을 위해 10년의 세월을 내가 나 아닌 채로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10년 뒤의 행복을 위해 10년간의 불행을 참는 건 나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없는데 10년 뒤의 행복은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오빤 불합리한 거 못 참잖아. 그래서 예능국도 뛰쳐나온거고. 그러니까 오빤 누구보다 교양 피디랑 잘 맞는 사람이야."

기라성 같은 작가와 피디가 한 공간에 밀도 있게 모여있는 유일한 팀이었기에 사무실은 왠지 공기가 더 묵직하게 내려앉은 느낌이었고,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폴리스 라인이라도 둘려져 있는 것처럼 「그알」 팀원이 아닌 이상 그 안으로 들어가기가 주저되기도 했다. 내가 이곳에 적응할 수 있을까…… 나는 돌파구 없는 두려움 앞에서 막연히 떨 뿐이었다.

 

 

 2부인 '어쩌다 교양 피디'에서 이제 도준우 학생은 도준우 PD가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확실히 알고, 하나에 꽂히면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갈 줄 알았던 사람답게 PD의 꿈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예능하겠다던 사람이 희안하게도 '교양 피디'가 되었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 챕터는 방송국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특히 PD 지망생 분들에게 권합니다ㅎㅎ). 2010년대 방송국 PD님들의 희로애락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방송국 PD 채용 절차부터 시작해 그 시절 보수적인 방송국 문화와 갈등, 교양국으로 부서를 옮기게 된 이야기,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없고 해야 하는 일을 해내야 하는 직장인의 삶… 대학 생활을 즐겁고 주체적으로 보내다가 직장에 들어가 사뭇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 신입 사원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 같지가 않습니다(세상의 모든 직장인들 화이팅). 

 

 그렇게 교양국 PD가 된 도PD 이야기 속에 드디어 '스릴'의 실마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잠시간 맡게 된 '그알 취재 PD'의 삶이 그것입니다. 명성이 자자한 '그것이 알고 싶다' 답게, 일반 방송 연출 외 취재 PD가 따로 있는 모양입니다. 원래는 베테랑 프리랜서 취재 PD를 두는 자리에 한 자리가 더 마련 되어 도PD가 배치되었습니다. 티저북 앞단의 차례를 보니, 그알 PD의 최재와 촬영, 취재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모양이지만...^^ 티저북이라 깔끔하게 스킵되었습니다. 이것 참 너무하네요(사서 보면 됩니다ㅎㅎ). 생략된 이야기를 보면 짝 PD 로서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니, 짝 얘기도 상당히 궁금하다고요;;; 너무하다 싶지만 궁금하면 사서 보면 됩니다.

 

 

"그럼 PD님이 잠입 취재 한번 해보실래요?"

 

 

 3부 '그렇게 PD가 된다'. 돌고 돌아 마침내 취재 PD가 아니라 메인 그알 PD가 된 도PD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소재 발굴 및 선정, 취재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작부터 매콤하게 도PD는 보이스피싱 조직으로의 잠입 취재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과의 공조 수사/취재가 시작되었습니다. 도PD는 화끈하게 보이스피싱 조직에 잠입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잠입 수사를 위해서는 신분증 등 개인 정보가 철저히 털리게 될 것이 뻔하니, 신분증 위조가 필요해 보입니다.

 

 경찰들과 함께 조직에 미리 침투한 정보원을 통해 잠입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하는데… 까지 까리하게 풀어주고 티저북이 끝이 났습니다.

 

 

 엥, 여기서 끝? 이거 실화냐.

 

3. 리뷰

 티저북… 이런 거였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매운 맛을 봤군요. 티저북 제목은 스릴 너머가 아니라 '스릴 직전'으로 이름을 바꾸어야겠습니다. 의도에 걸맞게 티저북은 정확히 티저에 해당하는 정도의 이야기만만 끝이 나 버렸네요. 뒷 얘기가 궁금하면 꼼짝없이 출간된 책을 살펴 보아야 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스스로 불러온 재앙입니다. 

 

 도준우 PD의 스릴 너머는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로, 작가 개인의 '독특한' 경험을 기반으로 쓴 에세이라는 것입니다. 한동안 서점에는 자기계발서, 힐링, 여행, 재테크를 테마로 한 에세이가 우르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 장르를 비하하는 것도 아니고 또 그런 종류의 책들이 분명히 마음에 위안과 편안함, 영감과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요즈음이 독자들이 그런 주제를 강하게 원하고 있는 시대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비슷비슷한 느낌을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개인의 기호이니 이해해 주세요). 모든 경험이 다 개인에게는 생생하고 독특하겠지만, 일상다반사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 핫하게 떠올랐던 에세이 도서들이 있습니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라는 책은 장례지도사로서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도와주신 강봉희 장례지도사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남겨진 것들의 기록'이라는 책도 있습니다. 유품정리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진 글쓴이의 경험과 그 안에 녹아든 고인들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 끕니다. 그것이 바로 독특함을 갖춘 논픽션의 힘입니다. 너무 죽음에 관한 도서들만 언급했다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도 소개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냥 경비원이라고 하면 별생각 없이 지나칠 만한 주제이지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이야기하는 삶과 예술의 이야기는 생소하고 매력적입니다.

 

 이처럼 '범죄 전문 PD'라는 독특한 이력을 기반으로 도준우 PD 개인의 경험담을 담은 책은 관련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큰 흥미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 취재, 수사는 물론 방송국과 PD의 삶에 관심이 있는 분들까지 좋아할만한 주제입니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도서들은 그러한 경험과 이야기가 전반적인 삶의 교훈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지만, '스릴 너머'는 보다 제너럴하게 어필하는 목소리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인가요? 흥행을 떠나 도준우 PD라는 한 개인, PD라는 직업, 그것이 알고싶다 및 유튜브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을뿐만 아니라 유익하기까지 한 독특하고 매력적인 논픽션 도서일 것이 분명합니다.

 

 둘째로 이 책은 장르물의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속칭 장르물 덕후들은 해당 장르물만 주구장창 파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사물로서의 '시그널'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은 '비밀의 숲'을 좋아할 확률이 높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타임슬립/루프물로서의 '시그널'을 재미있게 봤던 사람은 '나인'을 좋아할 확률이 높을 것입니다. '선업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보경심'이나 '고백부부', '상견니'를 좋아할 확률이 높습니다. 장르물 중에서도 수사물, 스릴러물, 취재/추리물은 마니아층이 두텁습니다. 그들에게 범죄 전문 피디의 취재 경험이 담긴 에세이는 꽤나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티저북이기 때문에 저도 본 도서의 스릴이 가득한 부분은 보지 못했지만, 취재하는 부분이 쌈박하다면 그만큼 많은 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볼 것입니다. 

 

 또 약간 다른 접근이지만 방송국 PD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도 이 책을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도준우 PD는 현재 그것이 알고 싶다의 유튜브 채널 '그알'을 담당하고 있는데, 오늘날 많은 프로그램들이 정규 TV 방송 외 유튜브 채널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실시간 시청률이 낮아지고 수많은 SNS와 대안 미디어로 사람들이 쏠리고 있는 지금, 이 책은 방송국과 PD들의 일의 형태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여러가지로 어필하는게 많은 책이니,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흠, 오랜만에 티저북 서평으로 북클럽 활동을 알차게 해본 것 같아 보람찬 느낌이 듭니다. 요즘은 출판사 마케팅도 신박한 것이 참 많습니다.  겸사겸사 읽어보게 된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인 도준우 PD님이 무척 재미있는 분 같아 본 도서도 정식으로 읽어 보려 합니다.

 

 '스릴 너머' 본 도서는 이번주 월요일인 9월 2일 전국 서점에 출간되었습니다. 어떤 책인지 궁금하셨던 부분이나 혹은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하고 계셨던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 다음 포스팅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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