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대충 짐작이 갑니다. 저는 심각한 편독을 하는 편이라 어지간하면 소설 외의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작년에도 '비소설 12권 읽기'를 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책은 평소의 저라면 스스로 골라 읽지 않았을 내용이지만, 남편의 권유로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어떤 이유로 권유를 한 것인지도 제목부터 느낌이 옵니다.
그럼 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한 번 살펴 볼까요.
1. 도서 및 저자 정보
책의 저자 이영미 작가님은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했고 오랫동안 출판사 에디터로 근무했으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펭귄클래식코리아'의 대표 및 '웅진지식하우스'의 대편집자를 지냈습니다. 저는 몰랐지만 회사 동료분이 책 이름을 듣자 마자 '세바시에 나왔던 사람이 쓴 책 아니야?'하고 물어올 만큼 강사로서도 열심히 활약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즉, 책의 저자는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 인텔리 여성으로 출판업계에서 커리어에 정점을 찍고 지금은 강사로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고 계신 훌륭한 분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대충 내용이 짐작이 되었습니다. '그런 훌륭한 분께서 체력을 키워가며 훌륭하게 일도 삶도 다 잡아낸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운동 비법이라도 알려주려나? 그러나 책을 펼쳐보니 그 정도에 그치는게 아니네요. 놀랍게도 책 머리에서부터 저자는 트라이애슬론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를 10회나 완주한 본격적인 운동인이라고 소개합니다. '아주 크고 다부지게 생기신 분일까?' 하며 사진을 찾아보니 작은 키에 우아한 모습을 가진 여성분입니다.
어떠신가요, 딱 펭귄클레식 코리아 대표님같은 느낌입니다. 책을 읽어보니 한 때 저도 엄청 가지고 싶어했던 마카롱 시리즈 기획과 엮였던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어 더욱 호감이 느껴집니다.
2. 주요 내용 및 리뷰
책으 내용은 예상대로입니다. 운동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던 저자는, 어느날 남편과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됩니다. 짧은 동네 러닝으로 시작한 운동은 점차 확대되어 수영으로, 자전거로, 마침내는 트라이애슬론 경주에 참가하는데 이르게 됩니다. 체력이 점점 더 나아짐에 따라 회사 생활에도 활력이 붙고, 운동으로 인해 든든히 체력이 뒷받침된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게 됩니다. 이건 마치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 복습을 충실히 하면 전교 1등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예측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이 사람은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게 되었을까?'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 복습 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해도 실제 실천하는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과 지켜야 하는 것들을 다 잘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초등학교 때 다 배웁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는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저의 직장 경험을 돌이켜보았을때, 현대 직장인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첫째는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고 둘째는 운동을 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누가 회사를 다니면서 피곤하게 운동까지 하느냐고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생활 속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이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기존에 알고 지내던 직장 선배와 동료들은 나빠지는 건강을 조금이나마 관리하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의 경우 이미 대학생 시절부터 꾸준히 운동을 하며 자기관리를 해오던 비중이 높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고 오운완 태그를 찍고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는 것이 문화가 된 세대라 그런지 생활 속에서 자기 관리로 운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입니다. 부럽다, 부러워.
슬프지만 저는 전자의 사람입니다. 운동을 못하고 잘 하지 않는 데에다, 이전에는 연초에 큰 금액을 결제해놓고서도 그 돈을 다 달려버리기 일쑤였습니다. 헬스장 입장에서는 기부천사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다고 해야할지, 저 역시 나날이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실감해 최근 1-2년 정도는 결제해놓은 것은 겨우 소진하는 정도로는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만 방심하면 운동을 빼먹기 일쑤입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이 들지만 막상 운동을 가기까지 힘든 것이 귀찮은 기분과 따로 운동을 위해 시간을 빼야한다는 것이 무척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운동을 잘 하지 않다가 꾸역꾸역, 혹은 차츰 열심히 하기 시작한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머리로만 알면 뭐합니까? 최근 몇 달 정도 저는 결제했던 것을 다 소진했다는 이유로 운동을 딱 끊었습니다. 열심히 쌓아올렸던 체력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 금세 다시 식습관이 불량해지고 몸이 삐걱삐걱 찌뿌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 모습이 근 몇 달간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요법으로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해오고 있는 남편이 보기에 무척 안타까워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이 책을 권유한 것이겠지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체력이 뒷받침되어 몸상태가 좋은 날이면, 저는 기분도 좋고 생활에도 활기가 넘치는 상태가 됩니다. 그럴 때는 모든 일에 적극적이 되고 나름대로는 도전적인 일에도 덤벼들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도 한참 연초 긁어놓은 운동을 열심히 다니던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새의 저는 아주 엉망인 상태입니다. 이 포스팅 하나도 며칠에 걸쳐 썼습니다. 굉장히 게으르고,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변명해 봅니다. 전형적으로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지 않은 댓가입니다.
요즈음 저는 무척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외과 수술을 하나 앞두고 있고, 소화 불량인지 만성 위염인지 혹은 역류성 식도염인 것인지 계속 속이 불편하고 아픈 상태입니다. 마녀 체력을 갖추게 된 저자는 어느날 작은 의지로 러닝을 시작하게 되고, 그 작은 결심이 트라이애슬론 경주에 여러번 참여하는데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는 의지가 무척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다음주에 있을 수술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재활 운동을 시작하게 될 참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계기가 저에게도 마녀 체력을 갖출 수 있는 불씨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느덧 나이가 삼십대 중반이 되었습니다. 이제 삼십대 직장인이 사십대 직장인으로 레벨업(레벨다운?)하는 것은 어찌보면 시간 문제인 셈입니다. 한 때는 정말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 복습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렇게 실천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이제는 정말 그것을 실천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 책이 저의 마녀체력의 트리거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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