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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과 영화, 문화생활에 대하여

[도서리뷰] 달러구트 꿈 백화점 1~2(2020, 2021), 꿈나라 이야기

by 리리뷰어 2023. 9. 23.

잠든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는 신비로운 꿈 세계의 이야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꽤 오랫동안 전자 도서관 베스트 셀러로 떠 있던 책입니다. 종이책이 번거로워 한동안 전자 도서관에서 책 빌려 읽기를 즐겨 했었는데, 거의 늘 메인 화면에 이 표지가 떠 있었습니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몇 번 빌려볼까 했었지만 항상 대여 중에 대기 예약이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올해 밀리의 서재 구독을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전자 도서관에서 궁금한 책을 바로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답답하다' 라는 것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이 책 덕분에 전자책 구독을 하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표지 상단에 쓰인 이 문장과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마을'이라는 문구를 보며 어떤 이야기일지 내용을 짐작해 보았습니다. 잠든 사람들이 어떤 신비한 세계에 떨어져 꿈 백화점에서 여러가지 꿈을 사보는 이야기... 라는 추측을 해보았는데요, 실제 책의 내용과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도서 및 저자 정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흥미로운 출간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판사를 통해 출간된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 글쟁이였던 저자가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통해 직접 펀딩 프로젝트를 올려 자체 제작한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성공적인 반응에 힘을 얻은 작가가 출판사 투고를 진행하고 전자책 출간 및 흥행을 거쳐 종이책 출간으로 이어졌다고 하니, 그야말로 독자들이 직접 선택하여 시장으로 끌어낸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종이책으로 출간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이후 오랫동안 교보문고 베스트 셀러 자리에 랭크되었습니다.
 
 책의 저자인 이미예 님 또한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가 되기에 충분한 경력을 가진 분입니다.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작가 정보를 확인해보니 부산 출신으로 부산대에서 재료 공학을 공부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이 있다고 하시는데요,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셨던 회사가 무려 삼성전자라고 합니다. 다만 저자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어려서부터 쭉 관심이 있었던 글쓰기를 놓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보니 꾸준히 인기있는 글들을 분석해보고 분석 내용을 노트에 적는 등 여러가지 준비를 해오셨는데요. 이후 웹소설 사이트에 글도 연재해보고, 관련 강의도 듣고, 텀블벅 펀딩까지 진행하신 행동력을 보면 단순히 꿈을 꾸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 명확해 보입니다. 3D 프린터로 쿠키틀을 만들어 파는 일까지 해보셨다고 하니, 행동력과 추진력이 뭐가 되어도 될 수 밖에 없는 분으로 보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저자가 평소 가장 관심있던 주제인 '꿈'에 대해 평소 상상해온 것들을 글로 옮긴 소설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꿈꿨던 '나의 글'이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하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지금, 저자분이 느끼실 기쁨이 얼마나 크실까요?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는 멋진 분이시네요.
 

2. 주요 내용(스포없음)

 
 저의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이야기는 지구, 즉 '현실 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페니'는 꿈 세계에 살고 있고,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기 위해 취준에 매진하고 있는 '취준생'입니다. 꿈세계는 잠든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는 세계이지만 이 곳의 사람들은 우리 세계의 사람들처럼 평범해 보입니다. 다만 이 곳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레프라혼 요정들'이나, 잠든 사람들이 비몽사몽 꿈세계를 헤매고 다닐 때 이들의 가운을 챙겨주는 '녹틸루카'처럼 신비한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꿈세계 사람들 중 일부는 잠든 사람들을 위한 '꿈'을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잠든 사람들이 꿈을 꾼 대금으로 내는 '감정'들이야말로 꿈 세계의 신비하고도 소중한 에너지원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파는 가게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가게들 중 하나입니다.
 
 이야기는 '페니'가 녹틸루카 아쌈의 조언을 듣고 꿈 백화점의 직원으로 취뽀하는데 성공하면서 시작됩니다. 꿈 백화점에 근무하게 된 페니는 꿈을 통해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함께 일하게 된 동료들은 물론 전설적인 꿈 제작자들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꿈 세계의 핵심인 꿈 산업은 이렇습니다. 꿈 백화점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현실 세계의 사람들로, 이들은 잠에 빠진 채 늘 비몽사몽한 상태로 꿈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돌아다니면서 잠에 빠지기도 하고, 멍하니 잠옷을 벗으려고 하다가 녹틸루카들의 제지를 받기도 합니다. 편안하게 잠들기 위해 꿈세계에서 파는 양파를 넣고 끓인 우유를 마시며, 꿈 상점에 들러 자기가 꾸고 싶은 꿈을 골라 들고 이내 여기 저기서 편안하게 잠에 빠집니다. 꿈은 후불로 판매되며, 꿈을 파는 가게들은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날 때 느끼는 감정들을 대금으로 받게 되죠.
 
 페니는 꿈 백화점 1층 카운터에서 근무하며 베스트셀러 꿈들을 진열하고 대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됩니다. 꿈 백화점은 층별로 서로 다른 꿈을 판매하고 있는데 2층에서는 일상적인 꿈을, 3층에서는 환상적이고 모험적인 꿈을, 4층에서는 낮잠용 꿈을, 마지막으로 5층에서는 재고로 남겨진 할인 판매 떨이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각 층에는 직원들과 그들을 통솔하는 매니저가 있으며, 2층에는 고학력에 깐깐하고 정리 정돈이 철저한 성격의 비고 마이어스가, 3층에는 아기자기하고 쾌활한 성격의 모그베리가, 4층에는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성격인데다 굉장히 성미가 급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무척 유능한 스피도가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할인 판매층인 5층에는 매니저가 없는 대신, 페니의 친구인 모태일이 에이스 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꿈 백화점의 정식 직원이 된 페니는 미숙한 초보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차 여러 손님들을 상대하며 그들을 돕고, 달러구트가 이끄는 꿈 백화점의 역할을 분명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손님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다른 직원들, 꿈 제작자들과 함께 고민하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꿈을 제공하고 돕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페니의 성장과 함께 태몽을 만드는 아가냅 코코, 시즌 마케팅의 대가인 니콜라스, 동물들을 위한 꿈을 만드는 애니모라 반쵸와 악몽 제작자 막심 등 여러가지 꿈 제작자들에 대한 흥미로운 설정은 물론, 감정을 예금하는 은행, 연말 꿈 시상식, 눈꺼풀 저울로 대표되는 단골 손님들 등 아기하기한 이야기들이 따뜻하고 즐겁게 그려집니다.
 
 특히 1권을 읽고 뒷 얘기가 더 궁금하고 아쉬웠던 분들에게는 2권의 출간 소식이 큰 즐거움이 되었을 것 같은데요. 1권이 꿈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 페니의 꿈 산업 종사자로서의 입문에 대한 이야기라면 2권에서는 꿈 제작소, 꿈을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민원 해결, 단골 손님 관리처럼 보다 성장하게 된 페니의 이야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편안하고 힐링되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찾는 분이라면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3. 리뷰

 
 개인적으로는 책의 내용보다도 직장인으로서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입장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이 글을 써낸 저자에 대한 존경심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올해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하긴 했지만, 그동안 올린 포스팅이 이 글을 포함해서 10개도 되지 않는다는 게 사무치게 느껴집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야심차게 도메인까지 구입했었는데, 그 때의 의욕은 어디로 간 것인지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책의 내용도 따뜻해서 읽는 내내 흐뭇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보다 저자분을 본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군요. 오늘 밤 잠든 후 꿈 세계에 들러 이럴 때 꾸면 좋을 만한 꿈을 페니에게 추천 받아보고 싶은 기분입니다. 
 
 따뜻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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