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대망의 수술 전 입원일이 밝았습니다. 반월상연골판 수술의 경우 기본 입원이 2박 3일이라고 합니다. 2박 3일 중 첫날은 필요한 검사가 더 있으면 검사를 하고, 필요 시 수술 전 금식도 하고, 실제 수술하는 날은 2일차 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챙기라고 했던 개인 위생 물품인 수건, 비누, 칫솔, 샴푸, 슬리퍼, 물통, 물컵, 물티슈, 휴지 등을 준비하고 심심할 것 같아서 이북리더기, 닌텐도, 책 등도 바리바리 챙깁니다. 현대인의 필수품인 핸드폰 충전기, 무선이어폰, 멀티탭에 2박 3일간 갈아입을 속옷, 군것질거리 등을 챙기니 가방이 터질 것 같습니다.
어차피 운전해서 나올 수 있는 상태도 아닐거라 택시타고 긴장감없이 입원하러 갔습니다.
본래 수술 시간은 당일 아침에 원무과에서 전화를 준다고 하는데, 저는 수술 전 한 번 더 검사할 것이 있어서 따로 전화를 기다리지 않고 미리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수술 전 추가 검사 한 가지를 간단히 마치고 1층 입퇴원 수속 창구를 방문하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게 되는데...
아 진짜 실화인가요.. 간호간병통합병실 신청 건이 누락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간호간병통합병실이 많지 않은데다 따로 요양보호사를 부르기가 힘든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보호자없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어떻게 좀 조치를 취해달라고 간절히 얘기하니 일단 수술은 내일이니 내일이라도 간간병에 자리가 나면 넣어주겠다는 얘기를 듣고 입원실로 이동했습니다 ㅠㅠ
아래는 병원에서 주신 입원생활 안내문과 병동 출입을 위한 입원 환자용 팔찌입니다.
10층 10A병동에 배정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5인실입니다.
아니... 저는 2인실 배정을 원했는데... 하다못해 3-4인실이라도 원했는데.. 이거 다 랜덤 배정이랍니다. 정말... 대학병원 처음 이용해봐서 슬픔을 많이 느꼈습니다ㅜ
일단 주섬주섬 팔찌를 차고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동안은 에스컬레이터만 탔기 때문에 엘리베이터 앞 안내 문구를 처음 읽어봤습니다.
호텔이랑 비슷한 시스템입니다. 입원실에 진입하려면 신분 증빙이 된 사람만 엘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병실에 들어가서 환자복을 입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면 안된다고 하니 어쩐지 더 슬픈 기분이 듭니다.
배정받은 병실 자리에 와보니 다행히 창가 자리라 개방감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커튼을 쭉 치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시야 차단도 되고, 또 병실에 사람이 풀로 차지 않은 상태라서 쾌적했습니다.
그래 난 운 좋으면 내일 간간병으로 이동할 사람이니까 괜찮다... 자기 최면을 걸어봅니다.
창가에 보호자용 간이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상태는 보시다시피 구립니다ㅎㅎ 개인용 캐비닛에 가져온 물건들을 넣어 놓고, 멀티탭과 휴대폰 충전기를 연결했습니다. 개인용 캐비닛은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콘센트에 꽂혀있는 모기향은 제가 가져온게 아닌데 다른 분이 갖다 놓으셨거나 또는 병원에서 제공하는 물품 같았습니다. 아무튼 창가 자리였기 때문에 제 맘대로 창문을 여닫을 수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공용으로 쓸 수 있는 작은 냉장고가 하나 있었습니다. 누가 옷걸이를 버리고 가서 득템했다 생각하고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입원할 때 옷걸이도 두어개 챙겨오시면 유용합니다. 수건 등을 걸어놓기 좋습니다. 아무튼 오래된 병원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시설이 올드합니다.
침대 및 베개 시트와 환자복은 로비에 여분이 넉넉하게 있어 가져다 자체적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간호사분들이 모여 앉아 계신 데스크 바로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지는 수술을 대비해 오른쪽 혹은 왼쪽이 터진 바지 등이 있었으며 저는 오른쪽 무릎 수술이라 오른쪽 터진 바지를 가져다 입었습니다. 복도에 서 있으면 주로 간병인분들이 시트나 옷, 물 등을 가지러 왔다갔다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복도 가운데에 탕비실처럼 전자레인지와 정수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또 병실 내부에 공용으로 쓸 수 있는 화장실 한 칸과 세면대가 있습니다. 샤워를 하려면 바깥의 샤워실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며, 샤워실은 층 전체가 함께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샤워실 상태도 좋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층별 샤워실인데다 남녀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불편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수술 후에는 언제 씻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ㅠㅠ 당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샤워는 정해진 시간에만 할 수 있는데, 일단 병실에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서 주로 이른 아침과 저녁에 붐비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은 침대마다 옆에 비치되어 있던 클리어파일이 있었는데, 그 안에 꽂혀있던 안내문입니다. 무섭게도 피가 범벅이 되어 있더라고요;;;
궁금하신 분들만 한 번씩 이런게 있구나 하고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제 자리에 앉아서 게임하고 책보고 하니 시간이 술술 지나갑니다. 입원하는 날에는 특별히 할 게 별로 없고, 중간 중간 혈압을 재거나 하는 정도의 스케쥴이 있습니다. 제 경우엔 수술 전 MRI 촬영만 한 번 더 했습니다. 컨디션/금식 관리를 위해 수술일보다 하루 일찍 입원시키는 모양인데... 무척이나 평화로웠습니다.
때가 되어서 밥을 주길래 밥도 챙겨먹었습니다. 첫 끼는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입원 기간 내내 먹으니 확실히 반찬히 부실하고 질리긴 하더라고요ㅠ 레지던트(?) 의사 선생님이 우리 병원 밥 맛 없다!! 하고 진지하게 얘기해주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심심해서 지하 1층 상가를 산책했는데, 생각보다 상가에 이것저것 구경할 것들이 있습니다. 다리 수술을 하고 나면 아파서 돌아다니지 못할 것 같아 미리 편의점에서 과자를 한 뭉탱이 사왔습니다. 식당가도 있으니 병원밥이 지겨우신 분들은 지하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입원 첫 날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이 때 까지도 다음날 수술 시간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아마 여러가지 다른 수술 일정들을 고려해서 비교적(?) 가벼운 수술인 연골판 수술 일정이 유동적으로 움직이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내일은 간호간병통합병실로 갈 수 있을까?! 수술은 할 만할까?! 하는 걱정과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편안함 속에서 입원 첫 날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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