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반월상 연골판 파열, 최초 진단
때는 2019년,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일입니다. 정기적인 회사 건강검진 선택 항목을 고르는 데 우연히 '무릎 MRI' 항목에 눈이 갔습니다. 한참 육아로 정신이 없던 시절이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아이를 안아드는 일을 끝없이 반복하고 있던 무렵이었습니다. 선택 검진은 큰 고민 없이 이것 저것 돌아가며 선택하는 편이었고 어쩐지 최근 무릎이 아픈 것도 같았기에 결국 검진 항목 중 하나로 우측 무릎 MRI를 선택했습니다. 검진을 하는 도중에도 큰 걱정은 없었고, 오랜만에 육아에서 해방되어 밖을 돌아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검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 검사를 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습니다. 이변이 생긴 것은 검사 결과를 받아 보았을 때입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우측 반월상 연골 파열이 의심되니 진료를 받으라는 문구가 떡하지 적혀 있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종종 무릎이 아프긴 했지만 장난처럼 '아이고 관절이야' 하는 것과 진짜 무릎 속 무언가가 파열된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임상적 의미가 없으니 추적관찰하라는 작은 용종들과 달리 '파열'이라는 두 글자가 걱정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먼저 겁을 집어먹은 채 결과지를 들고 동네 정형외과을 방문했습니다. 검진 기관의 MRI 상태가 좋지 않다고 MRI를 재촬영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새로 나온 MRI 화면을 살펴본 후 나온 의사의 진단은 간단명료했습니다.
"우측 반월상 연골판 내측이 파열되었네요. 여기는 피가 흐르지 않는 부위라 꿰매도 안 붙어요. 관절경으로 파열부위 절제하시면 됩니다."
정형외과 수술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었습니다다. 의사는 정형외과 수술 중 가장 건수가 많은 수술이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지만 일생 수술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온(생각해보면 3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누구나 건강합니다..) 제게는 아주 커다란 사건이었습니다. 우선 집에서 가족들과 상담해보겠다고 이야기하고 재방문 일자를 잡았습니다.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수술'이라는게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특히나 다리 수술은 나이가 한참은 더 든 다음에야 손댈 일이라고 들어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에 와서 수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한층 더 불안이 깊어집니다. 가족들 중 어른들은 무릎에 함부로 손대는 거 아니라고 팔짝 뛰시며 걱정합니다. 오히려 더 걱정하며 이야기하시는 것을 보니 괜히 말씀드린 것 같다는 후회만 깊어집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층 더 심란한 기분이 듭니다. '세상에 이렇게 아픈 사람들이 많았나?' 싶을 만큼 네이버 지식인이며 카페, 각종 사이트에 무릎 관련 고민 상담들이 넘쳐납니다. 이때쯤 무릎 아픈 사람들의 성지 일명 네이버 무릎카페에도 가입했습니다. (정식 카페명은 [십자인대무릎치료재활] 입니다. 혹시 무릎 관련 고민을 나누거나 정보를 찾을 곳이 필요하신 분들은 꼭 한 번 가입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저도 여기서 정보 많이 얻었습니다.)
여러가지 정보들을 찾다보니 차츰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특정 결론에 이르러서는 저도모르게 얼굴을 찌푸리게 됩니다. 아마 저와 같은 질환을 앓고 계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대목에서 '???'를 띄우셨을 것 같은데요. 바로 여러 의사 선생님들이 유튜브 혹은 게시글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반월상 연골판 파열]을 그대로 방치하면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오게 되고, [반월상 연골 파열 절제 수술]을 하게 되면 후유증으로 퇴행성 관절염이 더 빨리 오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예?
도대체 어쩌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수술을 하나 안하나 똑같이 퇴행성 관절염이 온다면 수술을 왜 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이것이 정형외과 의사선생님들의 장사 기술인 걸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술을 하나 안하나 똑같지는 않습니다.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혼란에 빠진채 일단 첫번째 병원에서 잡아놓았던 수술 일정은 취소하기로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 앞으로 이어질 길고 긴 병원 투어와 무릎 건강 이상의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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