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치료의 시작, 병원 투어
많은 분들이 그러셨겠지만 저 역시 본격적으로 수술을 검토하게 된 뒤 병원 투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건강검진 MRI 촬영 후 멋모르고 찾아갔던 첫번째 동네 정형외과에서 수술 예약까지 잡았었지만, 쉽게 결심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무릎 수술로 유명한 여러 병원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맨 처음 상태를 알게 되었던 2019년 병원 투어 이후, 2021년, 2024년까지 총 3번의 병원 투어를 했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여러 병원을 계속 투어하는 것도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한 군데 병원만 가보고 내 몸에 칼을 댈지 말 지 결정하는 것도 권고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참 고민이 많으실 환우분들을 위해 최종 수술을 위한 병원을 선택하기까지 저의 투어 이력과 의사 판단 근거에 대해 참고하실 수 있도록 포스팅을 남겨 봅니다.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일부 기관은 명칭을 밝힙니다.)
1) 2019년: 보존치료를 결심하게 된 3군데 병원 투어
- 여러번 언급하였지만 저의 경우 특별한 운동을 하거나 갑작스러운 부상이 있던 것도 아닌데, 우측 무릎이 아파 우연히 건강검진 선택 검진에서 MRI 촬영을 선택하였는데 무릎 연골판 파열 소견을 받게 되었습니다. 검진 기관은 여러 회사에서 많이 이용하고 계실 강남 상록회관의 리더스 헬스케어였습니다. 이 때 검진받은 [정형외과 진찰 필요] 건강검진 결과지 및 MRI CD를 들고 동네 정형외과를 방문하였습니다.
(1) 동네 정형외과
- 동네 정형외과라고 쓰긴 했지만, 전국 체인이 있는 정형외과 프랜차이즈로 건물 하나를 사용하고 있는 병원급 정형외과였습니다. 병원에 방문해보니 우선 속상했던 것이 건강검진 기관에서 촬영한 MRI의 경우 화질이 좋지 않아 MRI를 다시 찍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MRI라고 해서 다 똑같이 촬영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자력에 따라 0.2T, 0.5T, 1.0T, 1.5T, 3.0T 등으로 선명도가 다르게 촬영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는 리더스 헬스케어에도 3.0T짜리 기계도 들어와 있지만(현재 1.5T 2대. 3.0T 1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당시에 제가 촬영했던 MRI는 1.5T 짜리로 재촬영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돈 주고 MRI를 찍어본 경험이 없었던 저는 그 가격을 전혀 생각지 못하고 '네~ 다시 찍죠 뭐' 하고 대답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40만원이 넘는 MRI 촬영비 영수증이었습니다.....ㅠ 당시 제 한 달 용돈이 40만원이었는데요... 이후에는 여러번 찍어봐서 MRI 고수됐습니다... MRI 싸게 찍는 법은 이후 다시 포스팅하겠습니다.
- 아무튼 새로 찍은 MRI를 바탕으로 나온 소견은, 우측/내측 반월상 연골판이 파열되었으며 해당 부위는 다시 붙기 어려운 부위이므로 연골판 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봉합에 대한 의견은 전혀 없었습니다. 수술이라는 말에 몹시 불안해진 저는 이후 가족과 함께 해당 병원을 재방문하여 다시 상담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우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연골판 절제는 무릎에 작은 구멍을 뚫어 관절경이라는 기계를 넣어 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수술 자체도 금방 끝나며, 2-3일만 지나면 걷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술비도 2백만원이 되지 않아, 우선은 급한 마음대로 수술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술이라는 말이 붙는데 그렇게 간단히 결정해도 괜찮은 것이었을까요?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가족은 아무리 간단하고 작은 수술이라도 후유증이 남는다며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저를 설득했습니다.
-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곰곰히 알아보니 연골판 절제 수술을 하게 되면 이후 후유증으로 관절염이 빨리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아도 관절염이 빨리 오게 된다고 합니다.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때 네이버 무릎 카페를 알게 되어 지금까지 들락날락 하고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aclknee 저는 전혀 카페 관계자가 아니지만 무릎 관련 정보를 찾으시는 분들께 강추드립니다) 동네에서 수술을 쉽게 결정하고 후회하게 되었다는 수술 후기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비전문가로서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동네 병원 한군데만 가보고 쉽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유명한 곳을 가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일단 잡아놓은 수술 예약을 취소하였습니다.
(2) 잠실 ㅅ병원
- 이후 저는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잠실 ㅅ 병원을 방문하게 됩니다. 당시 무릎명의로 유명하다는 김모 선생님께서 네이버 지식인에 직접 댓글을 달아주시는 것들도 살펴 보았고, 여러 프로 선수들이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한참 예전 일이라 당시 사진은 없지만 예약을 하고 방문했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 예약 시간보다 한참 더 기다려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해당 병원은 MRI를 살펴보는 것 외에 소위 [이학적 검사]를 한참 진행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침대에 누워 다리를 이리 저리 꺾어 보기도 하고 관찰하며 관절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까지 저는 원장선생님께서 무척이나 전문적이시구나, 역시 유명한 병원이라 다르다 라는 생각으로 무척 기대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어진 진찰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운동을 하거나 과하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닌데, 제 관절이 무척이나 안 좋은 상태이며 연골판은 물론 십자인대도 파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래된 파열이라 얼추 붙었으나 매끄럽게 아물지 않았으며 연골 연화증도 진행되고 있어 연골판 절제는 물론 미세천공술도 실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너무 당황스러운 진료 결과였습니다. 저는 그간 사고 등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말씀드렸지만 그건 모르겠고 상태가 안 좋으니 나가서 수술 일정을 잡으라고 무뚝뚝하게 말씀하시는데 황당함만 가득했습니다. 대기 환자가 너무 많고 검사 결과가 그렇다는데 더 말을 붙일 구석도 없어 보였습니다.
- 어쨌든 간호사분이신지 수술 코디분이신지 일정을 상담해주시는 분과 이야기를 하러 나왔는데, 원장님이 바쁘셔서 일정이 별로 없으니 서둘러 날짜를 잡으라는 식으로 불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물어보니 수술비는 천만원이 넘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다른 병원 또한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선 수술 날짜를 잡지 않고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만 안고 나왔습니다. 이게 말로만 듣던 과잉진료인건지 아니면 정말 제 무릎 상태가 심각한 것인지 걱정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무릎 상태가 심각하다면 다른 병원에서도 유사한 진찰 결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우선 다른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3) 송파 ㅅ병원
- 다음으로는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과장 출신으로 유명한 명의분이 차린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지난 병원 방문 결과가 무척이나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 불만한 마음을 안고 병원을 방문해야 했습니다. 대표 원장님 대신 그분의 따님이신 다른 원장님의 진료를 받았습니다. 이분 또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근무한 분으로 신뢰로운 프로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해당 원장님 MRI 결과를 꼼꼼히 살펴보시더니 그림을 그리며 다음과 같이 진단해주셨습니다. (오래된 기억이라 기억에 남는대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보통 젊은 분들의 경우 연골판 파열이 수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분의 파열은 수평형 파열입니다. 수평 파열은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퇴행성으로 파열될 때 자주 발생하는데, 젊은 나이에 특이한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수평 파열의 경우 이대로 다리를 사용해도 연골판의 쿠션 기능 저하가 덜하고, 지금 관절 간격이나 모양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고 관리했을 때 파열이 더 진행되지 않고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굳이 연골판을 절제하는 것보다 보존 치료를 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 이 때 내심 제 본심은 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또 연골연화증이나 십자인대 부분은 물었을 때는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다며, 오히려 이전에 다친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시더군요. 괜히 이전에 방문했던 병원에 대한 분노만 더 커졌습니다. 이후 저는 수술을 하지 않고 보존 치료를 하는 쪽으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차츰 아이가 많이 크고 육아 난이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며 무릎의 통증이 잦아들었으며, 특별한 이상 증상을 느끼지 않게 되었습니다. 더더욱 수술을 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 좋은 선택인 것 같았습니다. 점차 무릎에 이상이 있다고 진료를 받았던 것이 먼 옛날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2) 2021년: 방심해버린 2021년의 진단, 급성파열통증
- 때는 한참 코로나 시국이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지난 2년간 무리없이 써오던 우측 무릎에 심각한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간혹 욱신욱신한 정도라 건강검진 MRI를 찍어봤던 2019년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나 아프던지 발을 제대로 디딜 수가 없었고, 절룩거리며 다리를 절지 않고서는 걸을 수가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특별한 계기는 없었으며 그냥 어느날 갑자기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통증은 주위에서 보기에도 증상이 확연하여, 환자인 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동료들까지 누가 봐도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 파열이 더 심해졌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것 같아 초조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번처럼 비싼 MRI를 찍고 싶지 않았기에 저렴한 기관에서 급히 따로 MRI 3.0을 촬영하고, 해당 CD를 들고 수술을 할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른 병원은 예약 일정이 한참 남아 방문하지 못하고 비교적 빨리 예약이 되는 발산에 위치한 병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4) 발산 S 병원
- 이번에는 모두 2장의 MRI 사진을 들고 병원을 방문하였습니다. 2019년에 첫번째 병원에서 찍은 MRI와 이번에 새로 찍은 MRI 2장이었습니다. 역시 또 유명한 병원이다 보니 사람이 많아 예약한 시간보다 좀 더 대기 후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2개의 MRI 결과를 한참 들여다 보시던 원장님께서 고개를 갸웃하며 다음과 같이 진료 결과를 말씀주셨습니다.
- 2년 전 보존 치료를 하기로 한 것은 이해가 된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지금 심각한 통증이 있다는 부분이다. 보통 이렇게 통증이 심각한 것은 기저부 파열인데, 이 경우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어 젊은 나이에 걱정이 된다. MRI 상에서는 심각한 악화가 보여지지 않는데 이상하다. 기저부 파열이라면 빨리 수술하는 것이 좋으니 수술 일정을 잡도록 하자.
- 기저부 파열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가슴이 철렁합니다. 우울한 마음으로 가까운 수술 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왔습니다. 대학 병원 진료는 아직 한참 남아,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후 1-2일 뒤, 이상한 일이 일어납니다. 지난 며칠간 무릎을 심각하게 괴롭히던 통증이 가라앉은 것입니다. 주위 사람 모두를 걱정시켰던 통증이 갑자기 씻은 듯이 사라지며 걷는데 이상이 없게 됩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어리둥절하지만 갑자기 증상이 없어져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래도 연골판 파열 때문이 아니라 다른 데 이상이 있었던게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수술을 하려 했던 결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역시 함부로 몸에 칼대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기존에 예약했던 수술 일자와 대학 병원 진료들을 하나씩 취소하고 다시 찾아온 건강한 나날을 만끽하기 시작했습니다. 보존하다가 갑자기 삐끗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수평파열인데 문제 없다는 자기 합리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다행이다. 이대로 다시 조심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
- 그렇게 저는 2021년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이때 제가 대학 병원에 방문했더라면, 다른 병원들을 좀 더 방문했더라면, 조금 더 통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알아보았더라면 어땠을까요? 대충 생각하고 넘어간 것은 이후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2019-2021년 사이에는 크게 무리를 해도 무릎이 아프지 않았던 것이, 이후로는 조금 많이 걷거나 몸에 무리가 가면 욱신욱신 무릎 통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을 해도 관절염, 안 해도 관절염] 이라는 기적의 문구가 수술 보다는 보존치료라는 선택지를 향해 마음을 기울이고 맙니다. 꾸준히 필라테스를 하거나 실내 자전거를 타지만 날이 지날수록 성실함이 떨어졌습니다. 이 때의 저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없었습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도 느끼시겠지만, 무척 어리석은 판단이었습니다.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한 번 큰 통증이 찾아오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ㅜ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2024년의 결정 및 수술 결심은 한 편 더 쪼개서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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